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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철학
 
  하늘이 보고 있다[주역 20. 관괘(觀卦)] 2014-04-24 10:46:20  
  작성자: 정행도  (61.♡.140.34)조회 : 792      
 

내가 하는 일을 하늘이 보고 있다. 나쁜 마음을 먹지 마라. 설령 내가 할 일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해도, 그 뜻이 하늘을 따르며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하늘은 능히 이해한다. 이 세상에 나만 홀로 살 수는 없으니 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따른다. 하늘이 항상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관괘(觀卦)는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씻고도 올리지 않았다.

관이불천(盥而不薦)

 

제사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 음식을 정갈하게 씻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음식을 제상(祭床)에 올리지 않았다. 아뿔싸! 큰 실례를 한 것이다. 제사에 올릴 음식을 씻기만 하고 상에 올리지 않았다면 이는 큰 잘못이니 엄하게 문책을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럴까?

하늘이 다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 관괘(觀卦)의 의미이다. 하늘은 만물을 모두 내려다보고 있다. 누가 제사를 지내는지 안 지내는 지도 알고 있고, 제사를 지내는 뜻과 제사를 지내는 사람의 마음도 다 알고 있다.

 

믿음이 있으면 공경하는 것이다.

유부옹약(有孚顒若)

 

관괘(觀卦)에서는 씻고도 올리지 않았을지라도 믿음이 있다면 공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사 음식을 올렸느냐 안 올렸느냐가 아니라, 진실로 하늘을 믿고 공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말한다.

?”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다 볼 수 있으니까.”

형식만 갖춰서 음식을 올렸는지,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하늘은 말하지 않아도 다 보고 있다. 하늘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형식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관괘(觀卦)에서 처음으로 제사 얘기가 나왔다. 이후 몇 개의 괘에서 다시 제사 얘기 등장하게 되는데, 주역에서 말하는 제사는 하늘에 대한 제사이며 땅에 사는 인간이 가져야 할 하늘에 대한 공경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관괘(觀卦)에서 제사 얘기를 시작하는 것은 제사의 뜻을 하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언제나 제사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온갖 비리, 횡령, 폭력, 타락 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하늘의 눈까지 속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하늘이 보고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하늘을 공경하며, 하늘의 뜻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비록 제상에 음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하늘은 그들의 뜻을 훤히 보고 있다. 남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도 하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관괘(觀卦)의 효()는 동관(童觀)규관(闚觀)관아생(觀我生)관국지광(觀國之光)관아생(觀我生)관기생(觀其生)으로 진행된다. ()의 괘사(卦辭)는 하늘이 나를 보고 있다는 관점이었는데, ()의 효사(爻辭)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외부를 보는 관점으로 바뀐다. 하지만, 내가 외부를 보는 것 그 자체를 하늘은 다 보고 있는 것이므로 관점이 바뀐 게 이상하지는 않다.

동관(童觀)은 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은 순수하고 착하겠지만, 아이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아이의 수준에서는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규관(闚觀)은 엿보는 관이다. 여자처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사업을 하거나 연구를 할 때, 새로 개척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엿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듭 신중을 기해서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유리한 방법을 찾아내도록 한다.

[사례] 이순신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거역한다. 부산포를 치라는 선조의 명을 거역하고 출전을 하지 않는다. 이 대목이 참으로 궁금하다. 왜군과 싸워서 2626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이순신이 왜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던 것일까? 왕의 명령을 어기면 관직을 박탈당하고 서울로 압송당하여 모진 고문을 겪게 될 줄 몰랐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이순신은 부산포로 출전하여 대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임금의 명령을 어기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두 가지 상황을 가지고 신중하게 엿보다가 결국은 나라를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두 선택이 모두 불리하였기 때문에,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이순신의 선택을 하늘은 모두 다 보고 있음을 이순신은 알고 있었다. 하늘은 하늘을 따르는 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그 신념을 이순신은 일찍이 터득하고 있었다.

관아생(觀我生)이란, 내가 사는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 무엇이 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지,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바라본다. 앞의 이순신 사례는 엿보는 규관(闚觀)뿐만 아니라 관아생(觀我生)에도 해당한다. 내가 사는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례] 1597년 이순신 장군이 선조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부산포 출전을 거부한 것은 스스로 살기 위함이었다. 이순신은 부산포를 치다가 대패하게 되면 나라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자신도 살 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싸워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나라는 왜군에게 완전히 짓밟힐 수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 역시도 부지할 수 없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부산포로 출전하면 대패를 할 것이라는 이순신의 판단이다. 이순신은 전투에서 한 번도 져 본적이 없었다. 따라서 세상사람 누구나 이순신이 출전하면 승리할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임금의 명을 어겨가면서까지 출전하지 않았다. ? 부산포로 출전하면 대패할게 빤했기 때문이었다. 이순신은 미래를 훤히 읽고 있었다. 이 일로 이순신을 옥에 잡아 가두고 원균에게 조선 수군을 맡겼더니 대패하여 조선 수군이 궤멸지경에 이르렀다. 무엇이 내가 사는 것인지를 볼 수 있었던 이순신, 그는 하늘의 뜻을 읽어내는 득도(得道)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순신의 사례와 다음의 관괘(觀卦) 세 번째 효()를 보면 더욱 더 관아생(觀我生)이란 말의 뜻이 명확해진다.

 

내가 살길을 보면서 나가고 물러난다.

관아생진퇴(觀我生進退)

 

이순신 장군은 스스로 살길을 볼 수 있어서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명하게 구분하였다. 왕이 명령을 내려도 나아갈 때가 아니라면 나가지 않았다. 이야말로 엄청난 용기와 자기 통제력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뛰어넘고 생사(生死)를 넘어서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서 왕도 그의 행동에 영향을 주지 못할 만큼 그는 하늘과 직접 통하는 인물이었다.

관국지광(觀國之光)은 나라의 빛을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빛나게 할까를 고민한다.

관괘의 네 번째 효에는 관국지광(觀國之光)에 이어 이용빈우왕(利用賓于王)이 나온다.

 

가난한(또는 형편없는) 왕을 이용한다.

이용빈우왕(利用賓于王)

 

가난한 왕을 이용한다는 뜻은 아직 세력이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라의 왕 또는 어리석거나 형편없는 왕을 이용한다는 뜻을 가진다. 이 말은 세력이 약한 왕을 이용하여 세력을 키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어리석은 왕을 이용하여 나라를 빛나게 함을 본다는 뜻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어리석은 선조를 이용하여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빛나게 한 것과도 일맥(一脈) 통한다.

관아생(觀我生)관기생(觀其生)으로 진행되는 관괘(觀卦)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효는 각각 다음과 같다.

 

내가 사는 것을 보니 군자는 허물이 없다.

관아생군자무구(觀我生君子无咎)

 

그가 사는 것을 보니 군자는 허물이 없다.

관기생군자무구(觀其生君子无咎)

 

()은 첫 번째로는 하늘이 나를 보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인데, 두 번째의 경우에도 내가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을 하늘이 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하늘이 보고 있다는 걸 뜻한다. 따라서 나는 내가 살 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살 길도 보아야 군자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군자이지,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자고 한다면 절대로 군자가 아니다.

오늘 날 주요 관직에 있는 사람들, 대기업, 공기업, 정치인 등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 오로지 내가 사는 길만 보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역(周易)의 관괘(觀卦)에서 말하듯이 하늘은 다 보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하늘은 안다. 나만 살자고 하는지, 더불어서 살자고 하는 것인지 다 알고 있다.

하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이끈다면, 이 사회는 머지않아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하늘을 보고 있던 이순신이 없었다면, 하늘을 전혀 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선조, 원균 등이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길 뻔 했던 그 시대를 오늘날에도 신중하게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수괘(隨卦)에 이어 관괘(觀卦)에서도 이순신 장군 얘기를 많이 하였다. 하늘의 뜻을 제대로 보고 따르는 것이 오늘날 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을 정확히 읽고 따르는 사람이 이 사회를 이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초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으나, 지금처럼 하늘 뜻을 전혀 모르는 소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게 되면, 꽉 막혀버린 비괘(否卦)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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